조각가 송필(SONG FEEL·56) 개인전 < 수집된 시간들·TIME COLLECTED >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 전시장 및 테라스에 설치되어 선보인다.
송필의 작업은 십 년을 주기로 변화를 보여 왔다. 동물 가죽과 FRP(2001~2011)를 다루던 손은 돌과 브론즈(2013~2020)로 옮겨갔고, 최근에는 스테인레스스틸과 야광안료, 크리스털까지 매체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바오밥 나무를 형상화한 ‘찬란한 빛’은 사막 환경에서도 굵은 밑동을 내리고 버텨온 나무의 생명력이 작가 개인의 ‘뿌리내림’이라는 서사와 마주하며 작업의 주제로 자리잡았다. 3,300 여 개 크리스털이 모여 이루는 나무 형상은 오랜 탐구와 시간이 함께 맺힌 결과로 남는다.
야광 안료를 입힌 청매·홍매 작품은 어두워지면 옅은 초록빛과 분홍빛으로 빛난다. 청매의 뿌리는 스테인레스스틸을 재료로 한 물결의 파문(波紋) 위에 놓인다.
2021년 전시에 발표한 ‘고사목에 핀 매화(梅花)’ 시리즈는 사슴, 염소, 물소의 뿔을 고목가지처럼 연출하고 그 위에 매화 꽃망울을 피워냈다. 이후 작업은 고목분(枯木盆) 자체를 동물 몸통으로 삼아 그 위 고사된 나뭇가지에 동선(銅線)으로 세밀하게 용접한 매화꽃을 매달아 놓는 등 금속 재질과 실내 조명을 어울려 뒤틀어진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표현했다. 인류가 당면한 거대 담론, 기후변화와 연관지었다.
이러한 작업의 방향은 가족사와 생태 문제의 모멘텀에서 영향받는다. 송필은 전북 진안군 정천면 모정리, 모곡 마을 출생이다. 작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출향(出鄕)했으나 집은 용담 댐을 지을 때 수몰되면서 가족은 타의로 마을을 떠나는 고통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번 전시 < 수집된 시간들 >에서는 스테인레스스틸 표면에 새겨진 물의 파문이 두드러진다. 작가가 명절마다 찾는 부친의 묘소는 용수와 발전을 위한 용담 댐의 물에 잠긴 고향 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있다. 가족의 집단 기억이 물 아래, 바람불면 일렁이는 수면의 파문에 따라 떠오른다.
조각가 송필 개인전 < 수집된 시간들 >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10월 10일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