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의 첫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은 담장이라는 낮고 익숙한 구조물 앞에서 시작된다. 담장은 안과 밖을 가르지만, 동시에 시선을 건너가게 만드는 장치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의 풍경 속에서 포착해온 경계, 거리, 관계의 감각을 회화로 풀어낸다.
화면에는 키위나무, 담쟁이, 낡은 벽, 구름 낀 하늘, 담장 위의 고양이와 새들이 등장한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조현정은 그 고요한 장면 안에 오래 머문 시간의 층을 심어놓는다. '키위나무'에서는 담장을 넘어 무성하게 자란 잎과 하늘을 가르는 새들이 화면을 채우고, 숨어 있는 고양이는 풍경의 일부이면서도 끝내 완전히 섞이지 않는 존재로 남는다.
이 전시의 힘은 과장보다 응시에 있다. 작가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기면서도, 색과 구도를 통해 기억 속 장면처럼 다시 조율한다. 그래서 담장 너머의 숨은 단순한 자연의 기척이라기보다, 보이지만 닿을 수 없고 가까이 있지만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세계의 흔적에 가깝다. 조현정의 회화는 그 경계 앞에서 조용히 멈춰 선 시선의 기록이다. 전시는 6월 1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호리아트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