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레만(David Lehmann, b.1987)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24일까지 삼청동의 초이앤초이갤러리, 청담동의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 등 전시장 세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초대전이다.
젊은 나이에 이미 독일의 주요 미술관 기획전에 초대되며, ‘동년배 작가들이 지켜야 할 기준을 세운 새로운 예술가’로 평가받을 정도로 비중 있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내면의 주관적인 감정과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레만의 조형 언어는 보는 이의 감각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순간의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강렬한 색감과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붓 터치는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작품과 드로잉 등 50여 점을 선보이며, 특별히 전시 장소의 특징과 작품의 성격을 고려해 두 개의 타이틀로 진행된다. 우선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는 ,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는 이다. 데이비드 레만의 작품들은 마치 “사랑은 죽음보다 뜨겁기에 또다시 믿는다!”라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특히 캔버스에서 춤추듯 역동적이고 즉흥적인 붓질과 솜털의 섬세한 결로 빚은 듯 세심한 붓질이 공존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화면의 조화로움을 선사한다. 어떤 형식이나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회화와 드로잉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조형어법을 그의 천재적 재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미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예술가상과 장학금을 독차지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중에 2016년 독일 브란덴부르크 연방주에서 수여하는 ‘젊은 예술가상 최우수 수상’은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2019년 독일의 주요 4개 도시에서 ‘독일 이머징 회화 작가 특별 순회전’의 53인 젊은 회화작가 중 한 명으로 초대된 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때의 심사위원단은 독일 미술계 전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인 50인으로 구성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1차로 뽑힌 200명 작가의 작업실을 모든 심사위원이 무려 2년간 일일이 방문해 최종 53명 본선 초대작가를 선정했다고 하니, 레만의 잠재적 역량과 비전이 검증된 중요한 과정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데이비드 레만의 작품은 일반적인 회화 형식과는 다른 특유의 감성으로 와닿는다.
1987년 독일의 구동독 소도시인 루카우(Luckau)에서 태어나 코트부스(Cottbus)에서 자랐던 그가 정식으로 미술을 전공하기 전에 2년간 철학을 개인 수업을 받았던 경험이 한몫하는 게 아닐까 짐작된다. 중학교 시기에 드레스덴의 미술관에서 접한 올드마스터 페인팅들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화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레만은 결국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에서 발레리 파브르(Valerie Favre) 교수 지도하에 회화를 전공하게 된다. 그 이후 현재까지 고향인 코트부스(Cottbus)에서 전업 작가로서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데이비드 레만은 지난 서울전의 소감에서 “예술가란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을 자신만의 관점을 더해 책임 있는 소신으로 표현할 수도 있어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특히 포퓰리즘(populism)이나 극우적 사상을 나름의 화법으로 옮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레만의 작품은 ‘단순한 희망을 불어넣기보다는 탈이데올로기적 미로 속에 우리를 밀어 넣는 느낌’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기존의 조형적 형식을 넘어서는 과감한 실험정신을 근간으로 삼는다. 여기에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주제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며, 에로틱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고 도발적으로 직설적으로 옮기는 과감함도 지니고 있다. 마치 ‘젊음과 야생이 혼재된 불꽃’이 캔버스에서 춤을 추고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하다.
“데이비드 레만의 그림은 결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그의 그림은 회화와 회화의 역사 및 주제, 그리고 회화가 가진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담론을 던져주고 있다.” 브란덴부르크 현대미술관 울리케 크레마이어 관장의 말처럼, 레만의 작품은 단지 ‘그림을 그린다’라는 방식 그 너머까지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 2021년은 아시아 첫 개인전이었음에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서울 방문은 무산됐었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서울전에는 직접 전시 개막에 맞춰 관객과의 만남 자리를 가지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동시대적 관점에서 어떻게 사랑에 대한 단상을 해석을 들려주었다.
* 주최/기획: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미술경영
* 후원: 원메딕스인더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