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한결 기획초대 개인전

<낮에 뜬 달(Moon in the day)>

2024. 3. 27(수) - 5. 4(토)

(일/월/공휴일 휴관) 

한결의 낮에 뜬 달, 천 개의 꿈을 마음에 품다


달은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한 시원이다. 달은 인간의 눈으로 한 주기를 알아차릴 수 있는 유일한 천체이기도 하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같은 달을 동시에 바라보더라도 서로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모두가 자신의 채널을 갖게 될 현재를 처음으로 예견한 백남준 역시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은 달이에요”라는 말을 남겼다. 20세기 최초의 디지털 크리에이터(creator)다운 달에 대한 해석이다.


또한 ‘달’은 한 달을 주기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한 달 만에 원상태로 복귀한다. 그런 달의 주기로 한 ‘달[月]’의 개념을 가진 달력을 만들었다. 수많은 예술가는 재생(再生)과 부활의 의미로 통하며, 영생(永生)하는 ‘달’의 의미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왔다. 목조와 옻칠의 숨은 고수로 통하는 한결 작가도 ‘낮에 뜬 달(Moon in the Day)’이란 대명제로 작품을 만든다. 달의 이미지를 항아리 형상이나, 스피커, 식기류, 가구, 생활 속 소품 등 매우 다양한 관점과 소재로 표현한다.


한결 작가의 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면, 마치 ‘달 하나가 천 개의 강을 비춘다’라는 개념을 담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을 연상시킨다. 누구나 ‘마음의 달’을 품고 있듯,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달의 특별한 이미지들은 한결 작가의 여러 작품 속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특히 가장 자연의 원형을 지닌 나무와 옻칠만으로 제작되어 더욱 특별하다. 한결 작가만의 독창적인 옻칠 방법이 가미된,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옻칠 목기 작품들이다.


“나의 옻칠 작품은 친절하다. 옻칠을 올린 모든 작품(기물)이 뜨거운 물은 물론, 전자레인지, 식기 세척기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가장 진보된 옻칠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수천 년 전부터 전승되어온 옻칠 기법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들였다. 틈나는 대로 꾸준히 관련된 논문들도 연구한다. 보통은 나무에서 채취한 생옻을 칠한 후 완벽히 건조된 지 5년 정도는 지나야 진정한 옻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내 작품은 완성되면 최상의 상태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구워냈기 때문이다.”


한결의 옻칠 작품은 여느 옻칠 과정과는 다른 방법으로 제작된다. 일반적인 ‘옻칠 상품’으로 나온 것들은 화공용품인 카슈를 칠한 예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건강에도 안 좋은 가짜 옻이다. 가령 겉으론 예쁜 자개 농이나 제기, 식기류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공업용 인공 옻 성분을 석유를 활용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옻칠을 제대로 하려면 대략 ‘27~28℃의 온도와 70~80% 습도를 가진 환경’에서 오랜 시간 건조시켜야 한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장마철을 골라 한시적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이런 한계성 때문에 손쉬운 가짜 인공 옻칠 제품들이 만연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결의 옻칠은 무엇이 다를까? 우선 최소 10년 이상 말린 통원목을 구한다. 통나무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한 후, 나무 표면에 직접 생산한 옻을 20번 이상 칠한다. 그 과정에 한 번 칠할 때마다, 특별히 제작한 가마에서 매번 200도 정도 열에 구워낸다. 그래서 그의 옻칠 작품들은 기본 200도 정도의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 표면에 윤택이 흐르고, 뜨겁거나 찬물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해도 변색되지 않는다. 물론 아무런 냄새 역시 나지 않는다. 나중에 사용 중인 걸 얼마든지 옻칠을 올려 보완도 가능해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도 있다. 입소문을 타고 청와대 헤리티지에도 참여했다. 2021년 76회 광복절을 맞아 카자흐스탄에 계셨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귀환할 때의 퇴토함이 한결의 작품이었다.


옻칠은 목재든 금속이든 어디에나 칠할 수는 있지만, 가벼운 나무가 가장 큰 효용성이 있다. 하지만 나무는 열을 가했을 때, 갈라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원목 자체를 몇 년 건조한 뒤, 이음새 없이 통나무 자체를 깎아서 쓴다. 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나무의 결까지 최대한 살려 자연스러움을 되살린다. 생옻을 직접 생산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옻나무를 재배할 때도 야산의 자연 속에 방치해서 키워내고, 일체 화공 비료를 쓰지 않는다. 최소 10년 정도 방치되듯 야산에서 자란 나무에서만 옻을 소량씩 채취해서 사용한다. 한 작가가 ‘유기농 옻칠’이란 말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옻칠나무를 키워내는 과정부터 직접 관리하기에 고되고 작품 수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사용하는 사람 입장으론 더없이 편리하고 친절한 옻칠 목공예 작품들이다.


“옻을 매개로 한 전업작가로 살고 있기에 ‘정직한 옻칠 작가’로 불리길 원한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내가 만든 것을 사용하고 있으니 ‘식구’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두가 ‘몸을 치유하는 작품’이다. 제작과정에서도 내 몸에 임상 실험을 거친 후 만들어진다. ‘사용해보니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이 있다. 실제로 암 2~3기 환자에게 식기류를 특별히 제작해줬는데 완치된 사례가 많았다. 옻은 건칠(乾漆)일 경우 항암 성분이 7배까지 올라간다. 200도 이상의 내구성을 지닌 ‘유기농 건칠’이 일상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하게 된다.”


잘 알려져 있듯 옻칠은 스텔스기(Stealth aircraft)나 하이클라스 벤츠에 사용되기도 한다. 옻칠이 전자파를 흡수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한결 작가는 이런 기능을 활용해 스피커 작품을 자주 만든다. 무선으로 작동해 전자파가 나올 수밖에 없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옻칠은 최상의 궁합이다. 더구나 한결은 ‘스피커 장인’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대기업 자동차 회사에서 스피커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던 고위직 임원 출신답게, 아무리 오래된 스피커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다시 태어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유기농 옻칠의 미다스 손’을 가졌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달의 이미지는 ‘여성성’에 비유될 만큼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소재로 여겨진다. 그러한 달을 재해석한 한결 작가의 작품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묻어난다. 가구부터 생활 소품에 이르기까지 용도와 쓰임은 다양하지만, 변함없이 ‘한결스러운 자연친화적 질감’도 일품이다. 이렇듯 한결의 옻칠 작업은 현대의 실생활에 가장 적합한 ‘건강한 옻칠 활용법’에 대해 천착하는 여정이다. 특히 이번 호리아트스페이스의 《낮에 뜬 달》 기획초대전을 통해 한결 작가 스타일로 재해석된 ‘대안적 옻칠 조형세계’의 확장성이 기대된다.


* 주최/기획: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미술경영

* 후원:  원메딕스인더스트리


Installation Views

Works

Artist Talk

Related Artists

Han Gyeol

한결,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