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송 필 기획초대 개인전
Beyond the Withered
2021. 10. 15(금) - 11. 13(토)
(매주 일/월요일, 공휴일 휴관)
송필의 ‘Beyond the Withered’, 무한한 생명성의 새로운 희망
조각가 송필은 ‘힘겨운 현대인의 일상과 삶의 무게’를 모티브로 담아낸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가령 자신의 몸체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는 더 크고 무거운 덩어리를 묵묵히 짊어진 주인공(초식동물)의 모습은 볼수록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마치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그리 바삐 가고 있는가, 라는 화두를 건네고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동안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삶의 무게감’을 표현해왔던 송필 작가가 ‘Beyond the Withered’라는 타이틀로 신작전을 갖습니다.
전시 제목 ‘Beyond the Withered’에서 짐작되듯, 생명의 무한한 순환성을 암시합니다. 사전적으로는 ‘말라 죽었거나 시든 상태의 너머’를 가리킵니다. 결국 지금의 시듦이 끝이 아니라, 그 너머에 새로운 희망이 순환될 것이란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특히 작품의 주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번 전시에선 나목(裸木)이나 죽은 나무의 껍질 등을 비중 있게 활용했습니다. 메말라 죽은 껍질을 뚫고 새순을 뻗쳐 꽃망울을 터뜨린 청매화(靑梅花)는 그 고고함에 고개를 숙이게 만듭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작품의 형식과 재료가 다르지만 결국은 ‘삶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조각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조각 작품을 통해 삶의 무게, 처연한 아름다움 등 삶의 솔직한 모습에 닿아 있는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삶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작품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작품으로 거짓이 아닌 진정한 위안과 공감을 주는 작가로 기억되길 늘 갈망합니다.”
작가의 말처럼, 송필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진정성입니다. 작품의 주제나 제작방식에 어떤 인위성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동요된 마음의 상태를 온전하게 작품에 투영합니다. 그래서 송필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작가적 자세는 개인의 삶에 대한 고민을 넘어 동시대적 감성으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무한한 생명력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삶의 근원을 고찰하며, 생명의 순환을 일깨우는 일상의 화두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무려 7미터에 가까운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를 공중에 매단 <허공에 뿌리내린> 작품일 것입니다. 1~2mm의 세밀한 잔뿌리와 나뭇가지를 단조(鍛造)와 용접 기법으로 처리한 것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특히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린 크고 작은 크리스털(스와로브스키)은 빛의 미세한 흔들림에 따라 오묘한 빛깔의 아우라를 선보입니다. 이 역시 무한한 생명력의 결정체로 여겨집니다. 이외에도 약 3미터 길이의 죽은 나무껍질에 피어난 청매화 작품 <레퓨지아-움트다>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송필의 청매화는 향기를 뿜어내진 않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그의 매화는 절개, 혹은 희망의 상징이나 봄의 전령이란 일반적 해석보다, 죽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소생이자 불멸의 꽃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그의 매화는 생명에 대한 희망이다.”
제주현대미술관 관장 변종필의 평처럼, 송필의 작품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생명의 새롭고 무한한 희망을 노래합니다. 고된 역경과 순간의 낭만이 수없이 교차하는 긴 인생의 여정을 똑바로 마주 설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합니다. 오히려 그 삶의 무게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자양분 삼아 인고할 수 있을 의지와 지혜를 선물합니다. 이러한 ‘고사목에 핀 매화(梅花)’ 시리즈는 억겁의 시간이 스민 자연물들을 작가가 직접 깊은 산에서 채집해 활용해서인지 더욱 실재감이 넘칩니다. 이번 송필 작가의 새로운 신작전 ‘Beyond the Withered’가 감상자 각자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게 되길 기대합니다.
* 주최: 호리아트스페이스
* 기획: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 후원: 원메딕스인더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