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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李箱) 탄생 110주년 기념전
“시인 이상과 5인의 아해들”
- 화수 조영남이 그린 5인의 천재들 -
2020. 9. 26(토) - 10. 24(토)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이 글은 천재시인이자 소설가로 잘 알려진 이상(李箱ㆍ본명 김해경, 1910~1937)의 소설 ‘날개’ 첫 부분입니다.
글 첫 머리의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시대적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작가 자신이나 당시 사람들을 대변할 것입니다.
아무리 큰 열정과 의지가 있더라도 주변 환경에 걸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듯, 이상의 이 한마디는
몇 세대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한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천재 작가로 알려진
이상의 탄생 1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이를 기념한 전시<시인 이상과 5인의 아해들>을 마련했습니다. 부제는 “화수 조영남이 그린 5인의 천재들”이며
평소 자신을 ‘그림 그리는 가수’라는 뜻으로 ‘화수(畵手)’라 불러온
조영남의 작품전입니다.
마침 9월에 이상 시인에 관한 조영남의 두 번째 단행본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혜화1117)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
출판 기념전이기도 합니다.
화수 조영남은 평소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현대미술과 다양한 문화적 트렌드에 대한 견해를 설파해왔습니다. 이미 지난 2010년에도 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전체 시(詩)를 해설한 단행본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를 출간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
역시 독특한 시점으로 이상의 천재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각 장르별 대표적인 천재들을 소환해 이상과 함께 5인조 보컬 그룹을 결성한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물론 리더는 이상이며, 미술의 피카소, 음악의 말러, 과학의 아인슈타인, 철학의 니체 등을 합류시켰습니다.
전시장에는 시인 이상을 테마로 한 30여점이 선보입니다.
이 중에는 이상의 시를 직접 작품에 옮긴 10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5인조 보컬그룹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 6점으로
그 다음의 비중입니다. 또한 이상의 초상화 한 점도 등장합니다.
특히 전시 작품 중 <묘비명>이란 1995년 작품에는
‘이상李箱 시詩 쓰다말다’란 글귀와 이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2008년 작품인 <대한大韓 시인詩人 이상李箱을 위한 지상 최대의 장례식葬禮式> 역시 그가 이상을 얼마나 숭상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화투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꽃길을 만들어 이상 시인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인 이상은 조영남에게 이미 20대부터 정신적 멘토(mentor)였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화수 조영남의 인생에 있어 그동안 이상(李箱)의 영향이 얼마나 컸던가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후원: 대찬병원